클루지란 어떤 문제에 대한 서툴거나 세련되지 않은, 그러나 놀라울 만큼 효과적인 해결책을 뜻한다.

보통 공학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단어로써, 이를 재미삼아 만들기도 하고, 제대로하기가 귀찮아서 만들기도 한다.

 

본 책의 저자인 '개리 마커스'는 심리학, 언어학, 분자생물학을 통합하여 인간의 마음의 기원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학자이다. 개리 마커스는 클루지를 단순히 공학자들이 만들어내는 발명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인간의 마음에서도 클루지가 존재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마음속 클루지를 이해하기 위해 연구한 내용을 본 책을 서술하였다.

인간의 마음이 클루지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 인간의 마음이란 매우 비합리적이고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인생을 망치는 약물에 중독되기도 하며, 우상 숭배에 빠지기도 하며, 간밤의 토크쇼에서 지껄이는 헛고리에 넘어가기도 한다. 우리 모두 이런 유혹에 매우 취학하다. 이는 옆집 철수나 영희 뿐만 아니라, 명석한 과학자나, 변호사 등 모든 사람들이 마찬가지이다.

만약 이상적인 환경에서 누군가 인간을 처음부터 설계했더라면, 인간은 매우 합리적이고 완전하기에 약물 따위에 중독될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진화를 통해 변화되면서 과거에 가지고 있던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남아있게 되면서 이제는 필요없는 것들이 클루지의 형태로 존재하게된 것이다.

대표적으로 마음의 클루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기억' 이다. 인간의 기억은 컴퓨터와는 다르게 메모리에 저장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방식이 아니라, 맥락을 기반으로 유추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예를 들어, 노래의 제목을 기억해낼 때, 노래의 첫 소절부터 흥얼거리면서 유추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할 때에는 기억하기 쉬운 연예인의 이름과 맵핑하면서 유추하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은 맥락을 기반으로 기억을 유추하는 방식을 택하였기 때문에, 어떤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서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다른 기억'에 매우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것이 인간의 마음에 클루지를 만들게되는 가장 근본이 되는 요소이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흥미로운 심리 실험을 수행하였다.

피험자들은 흐트러진 문장들을 정돈하는 과제를 받았으며, 이 흐트러진 문자들 가운데 어떤 공통 주제와 관련된 단어들이 들어 있었다. 예를 들면, '늙은', '현명한', '잘 잊는' 과 같이 '노인'을 연상시키는 단어들이 있었다. 피험자들은 주어진 과제를 열심히 수행하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실험은 아직 진행하지 않았다. 피험자들이 과제를 무사히 마치고 엘레베이터로 걸어갈 때 몰래 비디오 카메라로 녹화를 하였는데, 피험자들이 읽은 단어들과 엘레베이터로 걸어가는 속도에 영향을 미쳤다. '노인'의 키워드를 받은 피험자들은 천천히 걸었으며, 이와 반대되는 키워드를 받은 피험자들은 보다 빠르게 걸었다. 각자의 일정이 있었음에도 어떤 키워드를 읽었는지가 걸음속도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교수', '지적인' 과 같은 단어들을 접했던 사람들이 '난동꾼', '어리석은' 과 같은 단어들을 접했던 사람들 보다 지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를 더 훌륭히 해결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예비효과들이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울한 생각을 하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되고, 기억의 맥락에 의존적인 사람들은 술을 마신다던가 아픔을 주제로한 노래를 듣는 것처럼 더욱 이러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앞으로 기억의 맥락에 기반으로 한 클루지를 의식하고, 부정적인 맥락은 최대한 피하고, 긍정적인 맥락을 많이 생성할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일 필요를 느꼈다.

또한, 마음의 클루지는 기억을 기반으로 인간의 신념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확증 편향' 이라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확증 편향이란, 우리는 우리의 신념을 위협할 만한 것보다는 우리의 신념을 지지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는 것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기존에 인간이 가지고 있던 기억이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는데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로 인해 인간의 신념이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나 역시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기억들로 인해 편향된 신념을 가지게 되었을 수도 있다. 내가 가진 신념 역시 오염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심리실험에서 대학생들은 잘생긴 교수는 수업도 잘 수행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잘생긴 아이가 물건을 훔치면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못생긴 아이가 물건을 훔치면 마음씨가 나쁜 아이라고 생각하는 심리실험도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러한 결과는 우리가 어릴적 읽었던 동화책이나 디즈니에 나오는 정의로운 역할을 맡는 캐릭터는 모두 잘생긴 왕자이거나 아름다운 공주라는 기억이 우리의 신념에 영향을 미치고 판단을 오염시켰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심리 실험에서는 피험자에게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나요?' 라는 질문 이후 '당신은 얼마나 연애를 많이 하였나요?' 라는 질문을 순서대로 하였을 때, 보통 피험자들은 행복과 연애는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질문의 순서를 바꾸어서 '당신은 연애를 많이 하였나요?' 라는 질문 이후에 '당신은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나요?' 순으로 질문을 하게 되면, 연애의 횟수와 행복을 연관지어서 생각했다고 한다. 이처럼 자기 자신에 대한 내면적인 느낌조차도 우리의 초점이 그 순간 어디에 맞추어져 있느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아무리 우리가 객관적으로 사고하기 위해 노력해도 우리의 신념은 기억을 기반으로 수행되어지기 때문에, 아주 어렴풋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소한 것들의 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나 역시 보고싶은것만 보고, 믿고 싶은것만 믿지 않는가?

사람들은 협력을 하는 일을 수행할 때 주관적으로 지각된 각 개인의 공헌의 합이 실제로 수행된 작업의 총량을 초과 한다고 한다. 각자 자신이 가장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의 기억들이 편향되고 제한된 것임을 인지한다면, 타인을 이해하는데에 있어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마음은 크루지 덩어리들이다.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이다. 기억이 신념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우리가 선택의 기로에 서있을 때 결정을 내리게 만든다. 이때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클루지를 기반으로 형성된 기억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항상 결정을 내리기 전에는 나의 기억이 오염되지는 않았는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읽게된 계기는 행복을 쫓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행복을 찾고 싶어서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다가 이 책을 꺼내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인간의 행복을 느끼는 감정마저 클루지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내가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도 나의 감정이 클루지에 덮여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우리가 비디오 게임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것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통제감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이말에 무척이나 동의한다. 내가 과거 체스에 빠지게 되었을 때, 어째서 이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는지 고민했던 적이 있다. 내 생각에 그 이유는 내가 그 게임을 마음껏 통제할 수 있다는 쾌락에 젖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나의 대학시절에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에 빠졌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게임에 참여하는 10명의 사람들중에 내가 가장 강할 때, 즉 내가 이 게임을 제어하고 있다는 감각이 들었을 때 가장 쾌감을 느꼈었다. 인생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이 인간의 쾌감을 자극하도록 만들어졌고, 나는 그것에 수많은 시간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이는 더욱 강한 자극에 욕망을 느낄 뿐 결코 만족하는 일이 없었다. 게임을 하는 순간에는 행복했지만, 그것이 나의 행복을 오랜시간 지속시켜주지는 못하였다.

그럼 돈을 많이 벌게되면 행복해질까? 1억을 벌든 10억을 벌든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절대적인 부가 아니라 상대적인 부라고 한다. 예를 들어, 내가 10억을 벌더라고 나의 동료가 11억을 번다면 만족감이 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동료가 1억을 벌때, 내가 2억을 벌면 인간은 만족한다고 한다. 이 말에 동의한다. 나 역시 상대적 부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종종 느끼곤 하니 말이다.

인간은 스스로의 행복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고 한다. 오히려 행복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그리고 행복함을 느끼는 척도도 맥락에 영향을 크게 받으며,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속이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나는 행복을 갈망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찾을 수 없는 것일까?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인간은 정신적으로 피로할 때, 고정관념에 쉽게 사로잡히며 보다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게 된다고 한다. 이 말에도 동의한다. 밤 늦게 연구를 진행하거나 섬세한 작업을 할 때 많은 실수가 나오곤 한다. 우울증은 상실이 과정되면서 시작된다고 한다. 이것은 기억의 맥락 의존성에서 기인한다. 예를 들면, 슬픈 기억은 더욱 슬픈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은 다시 더더욱 슬픈 기억을 불러온다. 우울증 환자가 어느 정도 자기통제력을 발휘하거나 초점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없다면 악순환은 계속된다고 한다. 나 역시 우울한 기억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겠다.

이러한 마음의 클루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내가 클루지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하자. 그래야만 나는 나의 클루지를 찾아낼 첫 걸음을 뗄 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내가 클루지에 빠져나올 수 있도록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반대로 클루지를 나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

지금까지 나는 비관적이고, 타인을 경계하며, 뾰족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 어쩌면 이러한 마음 또한 나의 유년시절에 형성된 기억에서 비롯된 클루지가 아닐까? 앞으로 성장하고, 변화하기 위해서는 나의 오염된 기억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억을 불어넣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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